지역신문 신뢰도, 이렇게 안된다
지역신문 신뢰도, 이렇게 안된다
  • 우희창
  • 승인 2020.06.2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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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창(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강사/언론학 박사)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세계 뉴스 신뢰도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1%로 조사 대상 40개국 중 최하위로 나왔다. 한국이 이 조사에 포함된 이래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해 그리 놀랄 결과는 아니다. 신뢰도 1위 언론사가 JTBC(54%)고 뒤이어 MBC(53%), YTN(51%), KBS(50%), SBS(49%), 연합뉴스TV(46%) 순으로 나왔다는 내용도 새삼스러운 일 아니다. 조선일보(42%)·TV조선(41%)불신하는 매체’ 1·2위에 꼽혔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모두가 최근 몇 년간의 조사결과와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눈에 뜨이는 대목은 지역신문이다. 신뢰도가 낮은 미디어는 MBN(39%), 채널A(38%), TV조선(36%), 동아일보(35%), 중앙일보(34%), 조선일보(33%) 순인데 그 아래에 지역신문(31%)이 있다. 불신하는 미디어를 봐도 조선일보와 TV조선에 이어 중앙일보(36%), 동아일보(35%), 채널A(34%)에 이어 지역신문(31%), MBN(29%) 순이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성적표다.

여기서 지역신문이 일간지만인지, 주간지까지 포함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른 언론사들은 개별사별로 조사해 놓고 왜 지역신문은 뭉뚱그려 조사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꽤나 괜찮은 지역신문들도 덤으로 쓰레기 취급을 받은 것 아닌가 싶어 불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지역신문의 신뢰도가 이렇게도 빈약하다는 데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역신문 지원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16년이다. 신문의 난립을 방지하고 건전한 신문을 육성해 보자는 취지의 제도가 시행된 지 강산이 한번 바뀌고 그 절반이 지났건만 신뢰도가 바닥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16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지역신문이 각종 부조리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지역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었고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언론 현업의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언론학계, 시민단체들도 지역신문의 회생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개혁을 전제로 대대적인 공적 지원을 통해 신문을 살려 보자고 힘을 모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이다. 여론의 다원화와 지역의 균형발전을 통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목표로 했다.

지원방식과 원칙은 건강한 지역신문, 저널리즘 기능을 제대로 실현하는 신문을 선택해 이에 집중적으로 지원하자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워낙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지역신문이기에 나눠주기 식의 보편적 지원은 효과를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자칫 '독버섯에 거름주기'가 될 우려가 있었다.

지역신문 지원제도의 목표와 원칙 모두는 '언론개혁을 통한 신뢰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의 시민사회 영역에서 혹은 학계에서 지역신문에의 지원을 앞장서 지지하고 추동한 것도 이러한 전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개혁으로 거듭난 신문을 지원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고 그 신문이 지역사회에 창출할 부가가치에 주목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 지역신문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받아든 성적표 그대로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지원액이 대폭 줄고 지원 대상사가 늘어나면서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매년 지원액은 줄고 있는 반면 지역신문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는 없다. 관행과 부조리를 끊겠다는 다짐도 사라져 버렸다.

지역신문사들의 목소리에는 그저 '지원'만 남았다. 올해 열린 한국지방신문협의회 총회에서 회원사 대표들은 정부광고 수수료 인하 등 지역신문 경영개선을 위한 방안을 정부에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도 언론진흥기금 일부를 긴급 지원예산으로 전용해 코로나19로 경영 위기에 몰린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방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한겨레 칼럼 <신뢰에 목마른 사람들>에서 “(지역신문은) 걸핏하면 인력과 돈 탓을 한다라며 정작 지역에 관심과 애정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취재의 주요 공간으로 여기지 않고, 관 중심의 출입처에서만 정보를 얻겠다고 하니 지역신문을 공무원 언론이라고 부른다며 꼬집었다. 강 교수는 문제는 판을 깔아주는 주체에 대한 신뢰인데 사람들은 신뢰가 없는 곳엔 모여들지 않는 법이라며 지금 지역 언론에 그런 신뢰가 있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렇다. 지금 지역신문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회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는 정부대로 지역신문은 지역신문대로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지역신문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저 지원액에 대해서만 관심 쏟고 정작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은 내팽긴 것이 아닐까? 지난 16년 동안 지원제도의 혜택을 입고도 왜 신뢰도가 바닥인지에 대해 철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그러한 반성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지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 도대체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정부는 정부대로 정말로 제 역할을 다한 신문사에 더 잘 할 수 있도록 대폭 지원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찔끔찔끔 언발에 오줌 누듯 해서는 안된다.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지원기구에 대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부여해 실효성 있는 지원을 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하루 빨리 이행되어야 한다. 대신 저널리즘을 포기한 지역신문, 권언유착이나 가짜뉴스 유포 등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역신문에게는 철저한 페널티가 필요하다.

2023년이면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은 시한이 끝난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이제 누구도 이 법을 연장하자거나 혹은 상시법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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