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이 현충원에 안장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백선엽이 현충원에 안장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 우희창
  • 승인 2020.07.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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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창(전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우희창 전 대전충남민언련 공동대표

일제 강점기에는 친일파 군인으로, 광복 후에는 6·25 전쟁에 영웅으로 불리었던 백선엽 장군이 향년 10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보수 언론들은 장례를 국군장이 아닌 육군장으로 치르고 서울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에 대해 일제히 나라를 구한 전쟁영웅을 홀대한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문하지 않고 청와대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구국의 영웅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화를 낸다. 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단체나 사람들, 그리고 조문을 하지 않은 정치인에 대해서도 탄식한다. 심지어 그의 친일 행위는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라고 일축한다.

반면 광복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진보진영에서는 만주군 장교로 임관해 조선인 독립군 토벌대로 악명 높은 간도 특설대에서 근무한 그가 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토록 극명하게 갈리는 것 역시 민주주의 국가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도대체 어떤 한 인간의 삶이 온전히 옳거나 그를 수가 있을까? 생각이 다르고, 사물을 바라보는 가치가 다르면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역사도 마찬가지다. 수천 년의 우리 역사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는 논란이 있고, 찬반이 존재하고 그 평가도 다르다.

70년 전에는 남과 북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죽이고 죽고 했던 철천지원수였고 아직도 그 첨예한 대결은 계속되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 언젠가 남과 북이 통일되면 달라질 터이다. 어느 일방이 절대선이거나 절대악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이런 평가에 발끈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오해하지 마시고 생각해 보라. 내가 대전이라는 백제권에 살고 있다고 해서 1500여년 전 불구대천의 원수로 싸웠던 신라나 고구려를 아직도 조국의 원수들이라고 보겠는가? 계백 장군이 우리 편이고 김유신 장군이 적군일 수는 없지 않는가. 민족 내부 일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며 서로 다를 수 있고 그 인물들에 대한 호불호나 찬반이 있을 수 있을 뿐이지 결코 절대선이나 절대악이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우리 역사에서 온전히 논란이 되지 않고 평가가 다르지 않을 하나가 있다면 친일매국노와 그들이 저지른 반민족 매국행위이다. 그건 절대악이다. 나라와 민족이 외세에 점령당하고 핍박받을 때, 일신의 영달을 위해 민족을 배신하고 나라를 팔고 동포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그 행위는 진보건 보수건, 남녀노소를 떠나 따질 일이 아니다. 우리 공동의 적이고 우리 민족사 공동의 이다.

프랑스는 전후 나치에 협력하고 부역한 자 200만명을 검거하고 이중 99만명을 기소해 6,700여 명을 사형에 처했으며 27000여명에게 징역형을 내렸다. 역사의 죄를 철저히 물었다. 만약 외세의 침략에 의해 국가의 존망이 바람 앞의 등불이 된다 하더라도 그들 나라에서는 협력자나 부역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가혹한 심판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라면 어떨까? 민족을 배신한 친일파가 온갖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 반면,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3대가 빌어먹는 이 꼴을 보고 과연 어느 누가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하려 할까?

백선엽 장군이 현충원에 안장되느냐 마느냐의 논란은 사실 필요없는 짓이다. 6.25전쟁에서 공산군을 무찌르고 훌륭하게 싸운 전쟁 영웅(이것도 많은 부분이 과장되었다는 기록이 있다)으로서의 대접은 지난 과거 70년 동안 이미 충분히 받고도 넘쳤다. 우리나라 최고의 태극무궁훈장을 받았고 32세에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다. 전역 후에는 각국의 대사를 거쳐 교통부장관을 포함해 온갖 공직을 맡았고 공공기업 수장으로도 근무했다. 굴지의 기업 최고 경영자를 두루 역임하고 선인학원을 설립해 운영하다가 부정부패로 국가에 헌납할 때까지 누릴 것은 다 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아니라 에 대한 냉정한 대접이다. 전쟁 중 그의 부대가 무고한 양민을 학살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그 문제는 차치하자. 진영 간 평가가 다를 터이니. 하지만 기어이 양보하지 못할 는 간도특설대 군인으로독립군을 토벌한 활약(?)이다. 그 행위는 스스로도 인정한 일이니 친일 반민족주의자냐 아니냐는 논란은 무의미하다. 문제는 그 이력에 대한 본인의 평가인데, 그나마 자신의 친일 과거 행적에 대해 사과라도 했다면 참작이라도 될 터이지만 전혀 그렇지도 않다. 그는 자서전에 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친일행적을 미화하고 그러한 행위가 민중을 위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심지어 간도특설대 활동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거나 정예 그 자체였다라고 자랑까지 했으니 더 이상 평가해서 무엇하랴. 현충원 안장 자격 미달이다.

이명박 정부 때 우리나라 국군사상 첫 명예 원수로 백선엽을 추대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이를 두고 채명신 장군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고 한다.

큰일 낼 사람들이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의식이 희박한지 모를 일이오. 건국 이후의 첫 명예 원수 추대는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이 매우 중요하오. 만약 일본군·만주군 출신에다 독립군 토벌 작전의 지휘관 경력자가 명예 원수로 추대된다면 우리나라 건국사와 국군사는 하루아침에 북한 역사관에 종속될 거요.”(박경석 예비역 준장 저 <불후의 명장 채명신>)

첫 명예원수 추대란 말을 현충원 안장으로 바꾸기만 해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딱 알맞을 듯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현충원 안장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1 : 언론보도를 보니 조중동이나 미래통합당이나 서울현충원에 안장하면 우대하는 것이고,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면 홀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쓰레기 같은 주장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예수천국 불신지옥도 아니고 서울우대 대전홀대라니,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호국영령들을 홀대하는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네.

2 : 망자에 대한 얘기라 글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최대한 그를 욕보이지 않으려 나름 절제한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유족들이나 우익진영에 충고하자면 그를 현충원에 안장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덜 욕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친일 행위자의 묘를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도록 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백 장군도 이장 대상이다. 오히려 뒤늦게 그를 욕보이는 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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