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1등이 정의인가?
시험 1등이 정의인가?
  • 안용주
  • 승인 2021.01.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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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주(선문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안용주(선문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안용주(선문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지난 수백 년간 한반도를 지배한 이데올로기적 키워드는 '똑똑하다''머리가 좋다'는 지능의 우열이 리더의 덕목으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공부 잘하는 것을 지상최대의 덕목으로 삼았으니 과거제도가 그랬고, 고시(사시/행시)라 불리는 각종 시험제도가 암기력과 이해력을 통해 사람의 우열을 가리고,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 사람의 가치를 매겨 온 것이다.

사서오경으로 낮밤을 세워 기억력을 뽐내고 법령을 줄줄이 꿰는 것이 별반 차이가 없다. 절대왕정에서 하던 짓을 우주왕복선이 지구와 달을 오가는 세상에서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음에 놀라고, 공부 잘하고 똑똑한 자들에게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쥐여 주는 것이 당연한 듯한 썩은 보수 논리에 또 한 번 놀란다.

'똑똑한 자가 정의로울 것'이라는 허황된 논리는 어디에 근거를 두는 것인가? 똑똑하기로는 사기꾼을 능가할 사람이 없다. 사람을 등치고 사기치는 자들이 얼마나 똑똑한가. 같은 논리라면 사기꾼들이야 말로 가장 정의로운 자들이라 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사기꾼들의 논리를 들어보면 참으로 해박하지만 '정의'라는 관점에서 딱 하나 틀린 것이 있다. 줏대가 없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논리와 원칙이 달라진다. 똑같은 잘못을 한 자이지만 나와의 친소관계, 내외관계, 이해관계에 따라 원칙도 없고, 기준도 없고, 이현령비현령이라는 것이다.

정보를 통제할 수 있던 시대에는 이같은 제멋대로의 준칙이 컨트롤 가능하다. 수구언론 한 두개만 틀어쥐고 있으면 들려주고 싶은 것만 들려줄 수 있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구언론은 자청해서 그리하고 있으니 눈 뜬 장님이 아니라면 그리고 최소한의 의무교육을 마쳤다면 공부 잘하고 똑똑한 者가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가 가정에서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자식에게 공정한 애정을 보여 주는 것이 첫 번째 의무이다. 편애에서 불공정이 시작되고, 불신의 씨앗이 뿌려진다. 똑똑해서 돈 잘번다는 것은 그 똑똑함이 여러사람을 살리는 똑똑함일 때 사회의 존경을 받는 것이지, 부(富)의 대물림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사회의 존경을 받을 명분도 없고, 오히려 가진 것 없지만 존경받는 촌부에 비할 수 없다.

학교에서는 '정의'를 가르치지만, 사회에 나서는 순간 우리는 수 많은 '부정'을 목도하고, 그 대열에 합류하는 불합리한 사회에 분노하고 좌절한다.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며, 그 손은 스스럼없이 악을 행하고 더욱 번성하는 왜곡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피투성이가 된 선각자들의 숭고(崇高)함과 비장함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의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결국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우직 (愚直)하다는 말과 같이 쓰인다.

2021년은 신축년 소띠 해이다. 말 그대로 우직함의 대명사로 쓰인다. 어르신들은 소를 생구(生口)라 부르며 가족처럼 여겼다. 시골출신들의 대학 학자금 역할을 하기도 하여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 부르기도 했다. 태생이 온순하고 인내심이 많아 봄을 품은 씨앗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소는 말이 없지만 열두 가지 덕이 있다'는 속담이 있다. 도교에서의 소는 '유유자적함'이고, 불교에서는 '사람이 마땅히 가져야 할 참된 본성'을 가리킨다. 힌두교에서는 '시바신을 상징하는 신성동물'로 여겨진다. 만해 한용운은 만년에 자택을 심우장(尋牛莊)이라 명하고 스스로의 진면목을 소에서 찾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투표율 77.2% 가운데 41.1%인 1천3백4십2만3천8백명이 선택한 문재인대통령을 공부잘하는 '법꾸라지'들이 이지메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신축년 새해에는 공부만 잘 하는 암기력 1등이 인성도 덕성도 1등일 것이라는 허상에서 깨어나자.

이 글은 충청일보(http://www.ccdaily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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