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깬다"
"기술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깬다"
  • 우희창
  • 승인 2021.08.2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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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 8 서울
숲에서 적정기술을 실현하는 여성들 '여-기'

 

여성기술자 양성하고 네트워킹으로 연결

 

독특한 곳이다. 여성기술자 네트워킹 플랫폼 여기공협동조합’(이하 여기공)을 처음 접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다. 왠지 어색할 것 같은 여성과 기술과의 조합’, 알 듯 모를 듯한 사업내용, 그리고 그 안에 녹아있는 젠더의 고민 등. 카페에서 만난 20대 중반의 여기공 이현숙 대표(26)도 어색했다. 사실 그간 만났던 대부분의 그루경영체 대표들은 50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여기공이 무엇하는 회사인지에 대해 물었다.

저희가 법인화 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여기공이라고 지었어요. 저희는 여성기술자들을 양성하고 네트워킹으로 연결하는 회사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거나 고칠 수 있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정기술의 철학에 많이 공감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곧바로 우리가 하려고 하는 기술을 적정기술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저희의 좀 더 젠더의 고민을 기술이라는 영역 안에서 고민해보려고 적정기술이라고 하지를 않아요. 기술 영역에는 목공 직조, 용접 등이 있어요.”

적정기술이란 지역의 특성에 맞는 기술이 진정으로 그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여기서 지역이라는 단어를 젠더로 바꾸기만 해도 이해가 쉽게 될 수 있을 듯 하다. 대부분의 기술은 남성 중심이고 기술의 활용도 모두 남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기술이라는 영역에는 남성들만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에서 여기공은 출발한다.

 

안전하고 편하고 재미있는 기술추구

 

지난해 8월에 3명의 여성기술자들은 여성기술자 네트워킹 플랫폼 여-라는 프로젝트 팀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년 만인 2019 815일 협동조합 총회를 통해 법인화했고 현재 은평구에 설립등록을 하고 등기가 진행중이다.

여기공의 여기여성 기술자의 줄임말이다. ‘은 물건을 만드는 공(), ‘함께를 뜻하는 공(), 공적인 것을 뜻한 공(), 공간을 뜻한 공()을 아우르는 다의어이다.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주체는 남자라는 고정관념을 바꾸고 여성들이 기술에 가까이 다가가 생활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을 마련한다는 함축적 의미가 담겼다.

이들이 양성하려는 기술자는 단순히 취미냐 혹은 직업이냐의 영역만이 아니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술을 배우는 첫 워크숍에서의 기술을 익히는 감각이다. 기술은 안전하고 편하고 재미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이것이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우리의 삶에서 취미도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술이 지속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제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공의 구성원은 모두 20대 후반의 여성 5명이다. 이현숙 대표와 민재희(29) 이사, 박소연(27) 이사는 2017년 하자센터가 설립한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작업장과정 중 만났다. 하자센터(haja center)는 청소년 학습 공간으로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진로 설계 및 창의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안학교이다. 청장년들에게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등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 학교에서 세 사람은 내 삶에서 필요한 것을 나 스스로 만드는 적정기술을 배웠다. 적정기술 장인들로부터 직조, 목공, 용접, 미장 등을 배운 이들은 일상의 구체적인 기술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십대 중후반의 나이에 이 일을 택했던 것은 삶에서의 전환이나 자립에 대한 고민,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생태적인 지속가능성, 그 기술을 다루는 환경적인 것까지 함께 배웠다는 것이다.

김지선(29) 이사와 임주희(26) 이사는 815일 법인 창립총회 당시 결합했다. 개별적으로 서로 중학교 동창생이기도 하고 혹은 미술워크숍, 음악워크숍 등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던 사이이기도 한다. 5명 모두 예술적인 역량이나 기획의 역량, 기술적인 역량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그루매니저와의 운명적인 만남

 

이들은 20188월 여기공 플랫폼을 조직하면서 운명적으로 산림일자리발전소 서울지역 이나라 그루매니저를 만나게 됐다. 은평구가 하는 청년 프로젝트 청년이랑여기공이 지원을 받게 되었고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새싹 공간에 수업하러간 이 매니저를 만나게 되었다.

이 매니저는 서울이라는 지역에서 산림일자리나 산림 영역에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일반 시민대학이나 각종 기관에 강의를 하러 다녔다그 때 마침 어기공이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있었고 얘기해 보니까 일반적인 목공이나 임업과는 형태가 달랐지만 지원이 필요할 것 같아서 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저희 팀이 만들어지고 나서 한 달도 안 돼 겁도 없이 그루경영체 신청을 했다대책 없이 선정되었고 매니저와 자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그 때 그 때 필요한 것을 지원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루경영체로 선정되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지원사업도 함께 병행해 나갔다. ‘화목오븐 만들기 기술역량강화교육에 참가하는 등의 몇몇 전문기술 워크숍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경영이나 마케팅 홍보 등 여성과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에 필요한 측면에서의 지원이었다. 아울러 공격적으로 창업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창업의 단계에서 필요한 일들에 대해 그루매니저로부터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전북 완주와 강원도 강릉의 선진사례지를 방문해 사업 아이템을 다듬고 그루경영체 전국대회에 참가해 타 지역의 그루경영체 사례도 살펴보았다. 2019년 들어 2월에는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상담회에 참가해 공공기관에 납품가능성을 직접 타진해보고 납품조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등 판로 확대를 위한 좋은 정보를 얻는 기회를 가졌다. 눈을 안으로 돌려 비즈니스모델 수립을 위한 내부 워크숍을 가졌으며 법인 설립을 위한 컨설팅을 받고 협동조합을 설립한 이후에도 운영과 관련해 내부 워크숍을 세 차례나 갖는 등 조직을 탄탄히 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모두가 그루매니저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뤄낸 일이었다.

이 대표는 경험이 많이 없는 팀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그루매니저가 계속 옆에서 본인의 경험과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틈들을 계속 메꿔 주었다저희가 아이템이 명확하지 않았을 때, 또 명확해졌을 때 각각의 역량강화를 위해 교육을 준비해 주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나라 매니저는 제가 나무를 직접 자르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함께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이들이 해오는 과정을 봤으니까. 이 팀에 다음 단계는 무엇일지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고 제안하고 다음 단계로 수월하게 갈 수 있도록 하는게 제 역할인 거 같다고 말했다.

 

기술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 존재

 

여기공이 그간 해 온 프로젝트 등 사업을 살펴보면 헌옷을 이용해 타피스트리라는 직조 방식으로 직물을 만드는 일상 속의 직조: 직조 속의 일상워크숍, 나무 장작을 연료로 사용하는 오븐을 직접 만드는 화목 오븐 워크숍’, 용접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배우고 실습하는 용접의 기술-시작하는 용기’, 드라이버, 전동드릴, 망치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도구의 사용법을 배우는 공구 사용법 워크숍등이다. 취미단계의 워크숍도 있지만 최근 여성주택수리기사를 양성하는 워크숍도 하고 있다. 단순한 취미단계를 뛰어 넘는 워크숍으로 웬만한 남성들도 쉽게 덤비지 못한 분야이다.

그러나 기술과 관련해 여전히 여성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장비를 사용하고 실습하려 하면 항상 나이 먹은 남성 기술자들이 와서 묻지도 않고 장비를 빼앗는 일이 허다하다. 여성들이니까 장비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거나 사용하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다는 것이다.

한 번도 도와 달라 한 적도 없고,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겠지만 그런 적도 없는데, 위험하다고 막거나 빼앗는 일이 너무나 많아요. 남성 중심의 사회가 이 분야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거죠

적정기술에는 50대 남성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특성상 워크숍을 진행한다든지, 참여하는 방식이라든지 모두 남성 중심이다. 장비를 쓰는 것도, 심지어 음식을 먹는 것도 모두 남성 중심으로 일관적이다. 물론 멋지고 훌륭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남성도 많이 있고 심지어 여기공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강사들 중에는 남성 장인들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여성 적정기술이다. 여성들이 와서 편안하게 안전하게 자기 실습을 마음껏 해도 빼앗아가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여성의 삶의 전환이 가능한 경험 필요

 

이 대표는 워크숍 한 번으로 전문가가 되길 바라는 것보다 나도 이걸 할 수 있다는 한 번의 경험이 중요하다기술은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번에 어떤 근육이 완성되기는 어렵지만 삶의 물꼬를 트는 용기를 내보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기술을 익힘으로써 여성의 삶이 전환 가능하겠다고 깨닫게 되고 돈도 벌고 직업도 갖게 될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 집을 고칠 수 있는 능력을 배우고 스스로 집을 고칠 수 있게 되면 용기와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1인가구 여성들이 증가되면서 집에서 고쳐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거예요. 이 때 남성 기사들을 부르는 게 불안하기도 하고 또 그분들이 나쁜 분이 아닌데도 기술적인 문제들을 가르쳐 주지도 않아요. 커텐을 달 때 왜 구멍을 뚫어야 하는지, 왜 그런 방식으로 설치를 해야 하는지를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요. 오히려 화를 내세요. 여성이 기술을 배우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거죠.”

법인의 목표는 여성기술자들을 양성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하는 일이다. 가장 대표적인 일이 주택수리서비스 업체 라이커스(Like-us)’고쳐볼LAB 여성주택수리기사 양성 워크숍을 계약한 일이다. 라이커스는 여성을 위해 여성들이 만든 회사로 여성들에게 수리기사의 방문이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도록, 그리고 수리는 남자들이 하는 것이라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바꾸어 기술 영역에 여성들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회사이다.

수리기사로서 커리어에 관심 있는 여성들 뿐 아니라, 공구를 '더욱 잘' 다뤄보고 싶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 회사와 4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2명의 기술자를 라이커스가 고용하게 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2020년부터는 보다 전문적으로 주택수리기사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기술을 익힌 여성들이 보다 많이 생겨나면 직업으로 연결하는 일들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 관련 워크숍만 개최한 것은 아니다. 기술자들을 위한 젠더 감수성 교육을 중요 과제로 생각해 성평등지원센터로부터 지원을 받아 여성기술자를 위한 젠더스쿨워크숍을 열었다. 원래의 모집인원 30명을 초과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기술 영역에서 젠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고 반응도 좋았다.

 

수익모델은 교육, 전국으로 확대

 

여기공의 수익모델은 기본적으로 교육이다. 개설한 워크숍에 돈을 내고 교육을 받으러 오는 구조이다. 보통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B2C모델이지만 지금은 정부 지원을 받아서 하는 B2G가 더 많다. 정부기관이나 행정기관의 의뢰를 받아 워크숍을 개설하고 교육을 진행하는 형태인 셈이다. 초기 B2G 모델로 사업이 안정화되고 교육기관으로서 자리를 잡으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로 옮겨갈 예정이다. 여성들이 많은 회사나 여성들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는 회사들과 워크숍이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개별 여성 수요자도 많고 반응도 괜찮다. 기술을 배우겠다는 2030대 여성들이 의외로 많고 이들은 워크숍을 개설한 여기공의 젊은 감각과도 잘 맞았다. 게다가 주택수리기사 과정의 경우 고도의 전문기술자를 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비를 부담하고라도 수강하겠다는 여성도 많다. 지금까지 주택 공구 워크숍이 단 한 번도 미달된 적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워크숍 참석자들의 반응도 그동안 기술을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수업을 만들어줘 고맙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최근 서울신문에서 여기공에 대해 취재를 했고 인터뷰 내용이 신문에 실린 적이 있었다. 이 기사를 전북 완주의 적정기술협동조합에 있는 이보현씨가 트위터에 리트윗했고 3일만에 3천조회를 기록했다. ‘여성과 기술이라는 주제가 이토록 빠르게 전파될지 조합원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2020년부터 여기공의 활동 영역은 전국으로 확대된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넥스트로컬사업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넥스트로컬은 창직·창업의 꿈을 가진 서울청년들이 지역의 가능성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창업모델을 발굴하는 프로젝트인데, 서울시와 8개 지자체가 협력하여 기획했다. ‘어기공은 경북 의성군 지역에서 기술교육을 실시해 여성기술자들을 양성하겠다는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지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청년 여성들에게 든든한 동반자이자 안내자가 되겠다는 목표로 의성군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넓혀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2019년 부산, 대전, 전남 목포에 교육 일정이 잡혀 다녀왔다. 특히 대전의 경우 보슈라는 유명한 청년 잡지에서 요청이 왔었고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공감했다고 한다.

12월에는 군산에서 언더독스와 SK가 하는 지역 사업 관련 팀들과 함께 아우리라는 도시계획 명소에 6개 팀이 모여서 건물하나를 DIT로 수리할 계획이다. 건물을 직접 운영하고 사용할 회사가 비용을 내고 일본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6개 회사가 모여서 건물을 고치는 작업이다. ‘어기공이 이곳에 교육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전남 목포의 괜찮아 마을에서도 DIY 교육을 했는데, 수강생 열여섯명 중에 열두명이 여성이었다.

 

최대과제는 메이커 스페이스 마련

 

어기공의 최대 과제는 작업공간이다. 실습을 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공간이 필요한데, 서울에서는 실질적으로 작업공간을 찾기 어렵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공간 지원 사업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사무실용이고 특히 용접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다. 게다가 어기공의 철학을 실현할 공간은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보통의 실습장엘 가보면 작업대 높이나 공구의 크기, 안전장비의 사이즈 등이 모두 남성 기준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여성들이 허리 산재가 되게 많아요. 산재가 발생하는 곳에 가보면 작업대의 높이가 여성들의 신체에 맞지 않는 거예요. 외국인 여성노동자들이 그런 환경에 놓여 산재가 많이 생기고 있는 실정이예요.”

특히 안전장비의 경우 큰 문제이다. 여성이나 청소년들을 위해 다양한 사이즈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작업장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간 서울시 혁신파크에 있는 적정기술 랩에서 기술교육을 몇 차례 했지만 늘 필요할 때 빌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자센터의 커뮤니티 공간은 청소년 기관이기 때문에 여성 교육에 알맞게 세팅되어 있다. 하지만 이 시설들은 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와서 작업을 하고 있고 마을 공방으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어기공은 여성 작업자들에게 맞는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우선 넥스트로컬사업이 시행되는 의성에서 작업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다행히 이대표의 고향이 의성이고 조그만 부지가 있어 그곳에 작업장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의성에 여성친화형 메이커 스페이스가 조성되면 이를 토대로 전국적으로 여러 곳에 교육장을 설치해 나가겠다는 이대표의 야심찬 구상이다.

저희들의 취지에 공감해 주시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어서 분위기는 확대되고 있어요. 이벤트 금융회사들도 있고 여성 친화적인 회사들도 있어요. 향후 일을 할 곳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려고 해요.”

 

입에서 입으로 소문 돌아 유명세 급상승

 

어기공이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전국적으로 사업이 확장되고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조합원 모두 미술 공부를 했고 SNS를 잘하는 강점을 이용해 개별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디자인 전공자가 있고 콘텐츠 영역에서 실력을 발휘해 트위터 등 SNS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디자인에 엄청난 공을 들여요. 디자인에 대한 자존심이 있어요.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욕먹지 말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디자인에 힘을 들인 만큼 홍보 효과가 있어요.”

이 대표는 20194월에 여성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회사 빌라 선샤인과 함께 선샤인 개러지, 공구사용법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 회사가 개발한 CGM(인터넷 등을 활용해서 소비자가 내용을 생성해 나가는 미디어)을 통해 수강생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어기공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빌라 선샤인이라는 여성 커뮤니티가 유명세를 타면서 덩달아 여기공 교육 프로그램도 같이 떴다는 것.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메일을 받기도 해 자신감이 붙게 되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어기공은 사실 짧은 시간 안에 놀랄 만큼 널리 알려졌다. 입소문으로, 혹은 하자센터나 혁신파크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적정기술 분야, 대안영역, 사회혁신 분야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회사가 되었다. 양으로 승부하는 홍보가 아니라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연결되다 보니 속도가 빠르고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오히려 내부 숙련도가 더 높아지기도 전에 유명세를 타는 게 부담스럽다고 한다.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세상 꿈꿔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은 재정문제이다. 과정을 견뎌야만 하는 비용이 너무도 버겁다고 한다. “돈 없이는 돈이 안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는 중이예요. 투자를 해야 하는데,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고 그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게 너무도 힘들어요. 웃기는 거는 제가 선택한 일이니 어디가서 말도 못하는 거예요.”

빚도 없고 지원사업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게 돈이 되는 것은 아닌 구조이다. 그래서 이들의 슬로건이 무모하고 아름답게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마무리한 지원 사업을 최근 정산하면서 정말로 무모했구나란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고 일 자체가 즐겁다는 게 희망이다.

어기공2019년 최대의 성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여성기술자 인터뷰 잡지 그리고의 발간이다. 11월에 발간된 창간호에서는 건설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 기사, 목수, 여성농부 등 20년 이상 일을 한 여성 기술자 7명을 인터뷰했는데, 다양한 영역의 기술자들을 발굴하면서 이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다.

뜻이 맞아서 만났고, 일이 좋아서 시작했다. 모든 여성들이 안전한 지대에서 자유롭게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혐오와 차별 없이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며 일할 수 있는 어기공이 꿈꾸는 세상이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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